부모님과 함께한 전주 1박 2일 효도여행
– 느리게 걷는 골목, 오래 남는 마음
“부모님께 제대로 된 여행 하나 선물해드리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떠오른 도시는 전주였습니다.
전주는 오래된 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속에서 전주는 조용히, 천천히 살아갑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걷기에 참 좋은 도시죠.
한옥의 고즈넉함, 골목의 따뜻한 향기, 그리고 정갈한 음식까지.
전주에서의 1박 2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을 채워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첫째 날 – 골목마다 이야기가 흐르는 도시
1. 전주한옥마을 – 손잡고 걸어보는 옛길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전주한옥마을.
초입부터 나무 대문과 기와지붕이 줄지어 이어진 길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예전엔 다 이런 집들이었지.”
부모님은 기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옛이야기를 하나둘 꺼내셨습니다.
저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어릴 적 들려주시던 이야기와 풍경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거든요.
천천히 걷고, 찻집에 들러 따뜻한 유자차도 마시고,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이제는 네가 다 챙겨주네" 하시며 웃으시는 그 모습에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 대화 포인트
- “이런 집에서 살던 시절도 그리우세요?”
- “예전엔 어디서 가장 많이 놀았어요?”
2. 점심 – 전주비빔밥, 정성과 이야기를 곁들여
점심은 당연히 전주의 자랑, 전주비빔밥으로 정했습니다.
돌솥에 담긴 고슬고슬한 밥 위로 다양한 채소와 고명이 곱게 올려져 있었고,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은 정성과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어요.
“예전엔 이런 거 집에서도 자주 해 먹었지.”
그 말을 들으니,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나물 반찬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나물을 싫어했는지,
이제야 그 정성과 맛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됐습니다.
💬 대화 포인트
- “할머니가 해주신 반찬 중에 가장 기억나는 거 있어요?”
- “어릴 땐 이런 식사 어떻게 하셨어요?”
밥을 먹으며 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깊고 따뜻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 순간, 식탁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3. 전동성당 & 경기전 – 마음을 쉬게 해주는 풍경
식사 후엔 전동성당과 경기전으로 향했습니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이곳은 경건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전동성당 앞에서 부모님은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셨고,
경기전에서는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각을 바라보며 옛 역사를 이야기하셨어요.
잔디밭에 앉아 잠시 바람을 맞으며 쉬는데,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렇게 한적하니 참 좋다. 바람도 좋고, 네 마음도 좋다.”
그 말에 괜히 가슴이 콕, 하고 울리더라고요.
뭘 더 바라겠어요. 그냥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랄 뿐이었죠.
4. 숙소 – 한옥에서 맞이하는 조용한 밤
이 날의 숙소는 한옥 스테이.
방에 들어서자 은은한 나무 향과 함께 따뜻한 온돌방이 반겨주었어요.
이불 위에 앉아, 부모님과 귤을 까먹으며 TV를 보는데,
딱히 말이 많지 않아도 참 편안했습니다.
“이런 데서 자니까, 진짜 예전 생각난다.”
부모님은 방 안을 둘러보며 기와집 이야기를 이어가셨어요.
그러다 문득,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시간,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에 저는 다시 한번 다짐했어요.
앞으로 더 자주, 더 따뜻하게 부모님과의 시간을 만들겠다고요.
둘째 날 – 따뜻한 이별, 그리고 오래 남을 여운
1. 남부시장 모주 한 잔 – 속까지 따뜻해지는 아침
다음 날 아침엔 남부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니 따끈한 모주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모주는 술처럼 생겼지만, 술기운 없는 단맛의 음료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죠.
부모님은 연신 “이거 괜찮다” 하시며 몇 잔을 드셨어요.
찹쌀 도넛, 유과, 묵은지 김밥까지 이것저것 사서 나눠 먹다 보니
어느새 시장 전체가 우리 추억이 된 것 같았어요.
💬 대화 포인트
- “예전엔 시장 가면 뭘 제일 많이 사셨어요?”
- “시장 냄새, 어릴 적 생각나요?”
2. 자만벽화마을 – 예쁜 그림보다 예쁜 순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자만벽화마을.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가득한 이곳은, 부모님과 사진 찍기 정말 좋은 곳이었어요.
한참을 걷다보니, 부모님이 벽에 손을 얹으며
“이런 건물에도 누군가의 정성이 담겨 있네.”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정성은 어디든 느껴지는 거구나.
그리고 이 여행도, 그런 정성의 한 조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 마음을 채운 건 골목도 음식도 아닌, ‘함께한 순간’
전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부모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좋은 데도 혼자 가면 외롭다. 근데 너랑 같이 오니까 정말 행복했다.”
저는 그 말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뭘 더 바랄까요.
부모님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
함께 걸으며, 함께 웃으며, 따뜻한 말 한 마디 나눌 수 있는 여행.
그게 바로, 진짜 효도 아닐까요.
🏡 전주는 ‘마음이 쉬는 곳’이었습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추억이 떠오르고,
음식을 한입 먹다 보면 사랑이 느껴지는 도시.
그곳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1박 2일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을 거예요.
다음 여행도, 또 같이 떠나자고 조심스레 말해보았습니다.
부모님은 웃으며 그러셨어요.
“그래, 어디든 너랑 같이면 좋지.”